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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창남 2020 <도시와 산책자: 파리, 베를린, 경성을 거닐다>

작성자
김주환
작성일
2020.11.24
첨부파일0
내용
  • 도시와 산책자
     







































저자: 이창남



목차 


프롤로그 / 산책은 끝났는가?
서장 / 도시 산책자와 유목적 대중

Ⅰ부 도시와 산책자

1장 오스만과 근대도시 파리의 경관
2장 19세기 꿈의 집들
3장 파리의 산책자와 오페레타

Ⅱ부 직장인의 문화적 유목

4장 베를린 오디세이
5장 크라카우어의 ‘직장인’
6장 집 없는 자들의 헤테로토피아
7장 유동적 공동체의 형상

Ⅲ부 국경을 넘는 도시 산책자

8장 제국의 메트로폴리스와 로컬도시
9장 1930년대 경성의 공간과 자아
10장 글로벌 도시의 외국인 산책자

에필로그 / 도시 산책자와 탈근대의 일상
후기

부록 / 페터 한트케의 시 「산책의 종말」 전문

참고문헌 및 인용약호
찾아보기



책소개


『도시와 산책자』는 그 자신 명민한 산책자들이었던 20세기 초의 발터 벤야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등의 시선을 통해 근현대 산책이 가진 의미를 탐색한다. 거북이를 끌고 한가하게 걷던 댄디 지식인의 산책은 바쁜 현대의 직장인, 오피스레이디, 외국인 여행자의 여가활동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이렇게 달라진 대도시 산책의 풍경에서 꽉 짜인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적 욕구와, 정신적 안식처를 구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동시에 읽는다.

20세기 초 파리, 베를린, 경성, 동경의 산책자들도 이러한 유목과 정주의 이율배반적 꿈을 함께 추구한 존재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민족, 계급, 성별의 전통적 범주를 넘어 우리들 ‘산책자’의 일상을 구성하는 탈근대성, 대도시 사회문화, 현대적 삶의 정체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으로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려는 희망이 현대의 유목적 삶에 여전히 녹아있음을 확인한다.

■ 지금 도시의 산책자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 벤야민,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나혜석을 통해서 본 산책자들의 초상

사람들은 도시를 걷기를 좋아한다. 도시 대로변을 걷고,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늘어선 가로수 길을 걷고, 공원과 골목길을 특별한 뜻도 목적도 없이 걷는다. 산책자는 무엇을 꿈꾸며 그 길을 걷는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도 도시를 걷는 이들이 있었다. 파사주(아케이드) 진열창에 정신이 팔려, 지나가는 행인을 구경하며, 군중과 소음을 뚫고 걸었다. 산책은 오래된 행위이다. 그러나 루소가 말한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 가능했던 시대는 끝나고, 현대의 산책자들은 고립을 벗어나거나, 반대로 자기만의 고독을 확보하려 길을 나선다. 산책자는 뭔가를 찾으려 도시를 걷지만, 그 도시는 오히려 산책자의 내부를 점거한다. 도시와 산책자가 산책을 통해 맺는 관계는 이처럼 변증법적이다.

이 책 『도시와 산책자』는 그 자신 명민한 산책자들이었던 20세기 초의 발터 벤야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이상(李箱), 박태원 등의 시선을 통해 근현대 산책이 가진 의미를 탐색한다. 거북이를 끌고 한가하게 걷던 댄디 지식인의 산책은 바쁜 현대의 직장인, 오피스레이디, 외국인 여행자의 여가활동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이렇게 달라진 대도시 산책의 풍경에서 꽉 짜인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적 욕구와, 정신적 안식처를 구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동시에 읽는다. 20세기 초 파리, 베를린, 경성, 동경의 산책자들도 이러한 유목과 정주의 이율배반적 꿈을 함께 추구한 존재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민족, 계급, 성별의 전통적 범주를 넘어 우리들 ‘산책자’의 일상을 구성하는 탈근대성, 대도시 사회문화, 현대적 삶의 정체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으로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려는 희망이 현대의 유목적 삶에 여전히 녹아있음을 확인한다.

■ 산책의 종말인가, 부활인가

『도시와 산책자』는 도시문화와 도시사회학에 오래도록 관심을 기울여온 저자가 지난 10년의 시간을 쏟아 완성한 노작(勞作)이다. 저자는 과거 지식인­예술가의 산책과 현대 일상인의 산책 또는 유목적 삶에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물음으로써 오늘날의 산책이 가진 의의를 조명한다. 느린 보행과 깊은 사색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산책은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조직된 현대 도시적 삶과 함께 종말을 고했다. 그러나 산책은 사라졌는가?

한 세기의 시차가 있지만, 벤야민,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나혜석 등은 전혀 다르게 변한 산책의 양상과 의미를 초창기부터 예민하게 의식한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이 남긴 퍼즐조각들을 통해 학계에서 자주 무시되곤 하는 현대의 ‘일상성’을 다시 구성한다. ‘도시’ 그리고 ‘산책자’는 그 일상성을 밝혀주는 키워드들이다. 과거의 산책하던 소수는 사라졌지만 거꾸로 그것은 도시 대중의 일반적 행위 유형으로 확산되었고, 대중의 개체화는 심화되었지만 그들에게서 상실된 공동체적 관계는 거리의 만남과 유대 속에서 재발견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산책의 역사, 도시경관의 변화, 정치경제적 조건 등을 빠짐없이 고려하여 이 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 일상인의 유목, 그 이중적 의미

산책의 존재론은 우선 ‘도시’라는 시공간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다. 산책의 현대적 형태는 19세기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 남작의 대대적인 파리 재정비 사업에서 비롯된다. ‘바리케이드’로 상징되는 대중의 잦은 폭동을 무력화하고 근대 국민국가의 국가주의 이념을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파리에는 관통대로가 뚫리고 기념비적 건축물과 거대 광장이 들어선다. 여기에 토지개발에 따른 부르주아들의 투기 붐도 가세하여 마침내 ‘상품 자본의 신전’(벤야민)이라 할 만한 파사주의 등장으로 이어진다.[1장/2장]

벤야민은 그의 『파사주 작품』을 통해 파사주와 백화점처럼 시공간상에 구현된 판타스마고리(Phantasmagorie, 幻燈像)가 어떻게 산책자들을 도취시키고 상품의 물신주의에 빠지게 하는지 기술한 바 있다. 같은 시대에 활동한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시 베를린을 중심으로 관료화된 체제와 소비적 도취가 함께하는 대도시 생활을 『직장인』이라는 작품 속에서 묘사한다.[4장/5장] 저자는 이들의 논의를 소개하면서 현대의 산책이 한편으로는 국가와 자본이 심어준 물신적 도취의 계기를 갖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행, 춤, 영화관과 같은 탈출의 계기도 동시에 내장한 것으로 파악한다. 벤야민과 크라카우어 모두 집밖을 방황하는 일상인의 ‘문화적 유목’에서 뿌리 뽑힌 대중의 초상을 읽으면서도, 체계로부터의 해방과 새로운 사회적 유대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별무리를 뜻하는 벤야민의 ‘콘스텔레이션’은 그 유대를 회복하려는 대중의 경향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6장/7장]

■ 글로벌 시티를 걷는 트랜스내셔널 산책자들

현대의 유목은 초국경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과거의 산책과 궤를 달리한다. 벤야민과 크라카우어도 이미 만국박람회, 놀이공원, 현대식 호텔을 통해 이국적 이미지가 촉발한 일상인의 월경적(越境的) 꿈을 포착한 바 있지만, 20세기 초 경성과 동경에서 그것은 제국도시의 모방이나 식민지적 자아의 문제와 같은 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20세기 초 일본을 방문한 독일 여행작가 베른하르트 켈러만의 시선을 통해 서구 제국주의가 동아시아 대도시에 와서 어떻게 모방되고 변형되었는지 상술한다.[8장] 또한 제국도시의 로컬 버전인 동경의 또 다른 복제 도시 경성에서 이상, 박태원, 나혜석과 같은 지식인 산책자가 겪은 상황과 고민을, 역시 선진 문물에 대한 동경과 식민지인의 우울이라는 ‘이중적’ 측면에서 조명한다. 이상의 「오감도」와 「날개」는 화려한 도시 안에서 느끼는 식민지 지식인산책자의 공포와 소외를 표현한 작품이며,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근대 도시의 풍경을 경멸과 동경이라는 ‘양가적’ 감정으로 대하는 산책자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나혜석은 여성 산책자로서 경성의 가부장적 공간보다는 차라리 서구적 근대에서 해방의 가능성을 꿈꾸었다는 점에서, 식민지 근대인의 초상을 좀 더 종합적으로 보아야 할 단서를 제공한다.[9장]

19세기 말에서부터 시작된 근현대 일상인의 산책 또는 유목은 현재 이민, 취업, 여행 등을 통해 다국적 도시를 넘나드는 글로벌한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저자는 20세기 후반 동경의 외국인 산책자였던 슈테판 바크비츠의 기록을 통해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산책의 국면을 조명함으로써, 유목 또는 산책의 현재적 의미를 완성하고 있다.[10장] 다국적 산책자의 유목은 현대적 획일화가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된 결과이지만, 이방인과 타자에 대한 경계짓기를 허무는 긍정적 계기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산책’의 테마로 밝혀내는 현대성 또는 탈근대성

이 책 『도시와 산책자』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현대적’ 혹은 ‘탈근대적’(post-modern)이라 부르는 현대의 일상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국가와 로컬의 안팎을 넘나드는 정주와 유목은 이제 우리의 사회적 삶에서 서로 대립된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교차하는 일상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유동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유동성 속에서 정주를 찾고 정주 속에서 유동하는 변증법적 과정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대도시’로 대표되는 자본과 국가의 완강한 체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또 다른 정주의 장소를 희구하는, 그러한 탈출과 회복의 과정을 현대의 유목적 삶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일상에 대한 명시적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산책’이라는 한가로운 주제를 저자가 천착하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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