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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학회] 2014년도 11월 콜로키움 안내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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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학회 회원 여러분들께.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는 늦가을, 2014년도 마지막 콜로키움이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열립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일시 및 장소 : 11월 28일(금) 오후 6시 서강대 정하상관 215호 


발표 : 노명우(아주대 사회학과)


토론 : 박소진(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한광희(국민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발표문 제목 :사회학의 대중화에 대한 하나의 시도. <세상물정의 사회학>의 경우


 


발표문 요약 :  


교수가 직업이지만 사람들의 기대나 추측과는 달리 소위 책벌레는 아니다. 책벌레 소리를 들으려면 최소 한 경 이로울 정도로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섭렵하는 책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철학에서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특정 분야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책벌 레답 다. 나는 이 조건을 충 족시 키지 못한다. 다독하는 편도 아 닐뿐 더러, 읽는 책의 범위도 르네상스형 지식인 거리가 있다.

교수는 연구자이자 동시에 교육자라는 때론 상충하는 요건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의무를 진 지식노동자이다. 연구자는 책을 깊이 읽도록 훈 련받 았다. 책을 깊이 읽도록 훈 련받 은 학자는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연구자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들은 깊게 책을 읽을 줄 알지만, 깊게 읽을 수 있는 범위가 너무나 협소한 이른바 ‘전문가 바보’가 되기 쉽다. 바보-전문가들이 만들어 낸 지식은 상식과도 삶과의 구체적 연관성도 상실한다. 그래서 전문 지식인은 많은 경우 책벌레 출신의 대중 제너럴리스트보다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에 서툴다.

교수는 연구자이자 동시에 교육자이다. 교육자로서 학생들 앞에 섰을 때 연구자로서 연구 자끼 리의 폐쇄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몸에 배어 있는 교수의 태도는 대부분 무용지물이다. 학생은 전문가가 아니다. 또 다른 전문가를 설득할 때 그가 사용하던 말투와 접근 방식은 강의실에선 통하지 않는다. 책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그 책이 학문의 역사 속에서 얼마나 기념비적 전환인지를 설명해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런 방식의 설명에 공감하지 못한다. 특히 학부인 경우에는 더더욱 심한데, 그들 중 이후에 전문학자로서의 경력을 쌓게 될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대학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희귀한 사례를 제외하곤, 대중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대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중 극소수의 사람만이 전문적 학자가 된다. 그런데 연구자로서의 태도가 몸에 밴 교수는 교육자로서의 전환이 필요한 강단에서도 마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모두 후에 전문 연구자가 될 것이라 가정을 하고 책에 대해 설명하곤 한다.

‘모스키토 음’이라는 게 있 다. 나이 를 먹은 사람은 감지할 수 없는 주파수로 구성된 음이다. 교수는 학생들이 모스키토 음으로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학생들은 교수 몰래 모스키토 음을 사용해서 교수가 들으면 어이없고 불편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 그들은 묻고 있지 않을까? “왜 공부는 재미가 없는 걸까 ?” “왜 교수들이 읽으라는 책은 전부 재미없을까?” “공부가 재미없고 추천도서에서도 어떠한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교수들 탓일까? 아니면 우리 탓일까?”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이런 상황은 단골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물론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필독서 내지는 추천서를 아무도 읽지 않고 가치 없는 베스 트셀 러만 읽는, 아니 아예 책 자체를 읽지 않으려고 결심한 듯한 사회의 천박한 경향에 대해 소리 높여 힐난한다. 독자들은 천박하다는 판단이 완전히 오진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진단은 좋은 처방을 낳을 수 없다. 만약 세상을 그저 탄식의 눈으로 보기만 할 게 아니라면 , 조금이라도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 면, 강의실의 침묵을 힐난하는 게 아니라 강의실의 침묵을 뚫고 설익었다 하더라 도 대 화와 토론이 오고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문가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물론 ‘대중화’라는 값싼 레토릭과도 분명 다르다. 이 변화의 최종 목표는 대중화가 표방하듯이 책이 담고 있는 테제의 간소화와 핵심 요약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은 나라이다. 금속활자를 세계에서 처음 사용한 나라이며, 언어학자들이 가장 우수한 문자 시스템이라고 칭송하는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이다. 대학 진학률 이 70 퍼센트 를 넘는, 지구에 있는 어떤 나라보다 막대한 규모의 대 학 졸 업자라는 교 양 인 구를 배후에 거느리고 있는 사회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들은 시험용 도서이거나 처세술 책이다. 이 사회의 교양 독자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독서의 세계에서 사라진다.

이들이 독서 세계에서 사라지는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 장시간의 노동,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 근해 야 하는 여유 없는 삶, 누구나 책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의 절대 부족 등등, 잠재적 교 양 인 구가 실 독서의 교 양 인 구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일일이 나열하다 보면 밤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그런 사회 거시적인 원인 뿐만 아니라 , 전문가 시스템이 잠재적 교양 독자를 끊임없이 밀어내는 관습에 대한 반성도 중요하다. 전문가 시스템이 잠재적 교양 독자를 밀어내는 메커니즘 은 자연과학보다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이 경향이 사회과학에서 나타날 경우 사회과학은 매우 어색한 아이러니에 빠진다. 즉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이 사회에 살고 있는 구체적 사람들로부터 외 면받 고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역 설 말 이다. 이 역설은 특히나 사회학자에겐 뼈아픈 고통으로 다가온다. 사회학은 전문성 확보 대가를 아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사회학자가 권하는 필독서와 추천서가 아무도 읽지 않는 일종의 금서 목록이 되 어 버 리는 역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책과 우리들의 삶 사이의 맥락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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