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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의 이방인들> 최종렬 지음(2013)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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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 시대 우리 안에 들어온 이방인들을 보는 새로운 눈!


 


<지구화의 이방인들> 발간




 


다문화 사회를 보는 이방인의 사회학


국제결혼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1990년대 이후 가속화된 이주의 지구화를 통해 한국사회에 새로운 이방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상호작용의 한 형식으로서 이방인성은 토박이가 해결할 수 없는 독특한 문제적 상황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도구이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자신이 지닌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하여 한국으로 영구이주할 수 있다. 이주여성의 ‘에스닉 섹슈얼리티’가 저출산 고령화로 대한민국이 처한 국민 재생산의 위기를 해소해줄 재생산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자신이 지닌 단순노동능력을 매개로 하여 한국으로 임시이주가 허용된다. 이주노동자의 ‘에스닉 노동’은 자본과 노동의 지구적 재구조화 과정 중 공백이 발생한 한국 노동시장의 맨밑바닥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 둘 다 ‘근대의 문명화된 한국의 국민’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전근대의 야만적인 아시아 이방인’이 필요한 이유다.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는 한국국민에게 탈영토화 체험을 유발하는 이방인이다. 한국국민이 당연시하는 국민적 ‘일상생활의 실재’에 끊임없이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한국국민의 일상생활의 실재를 구성할 때 활용되는 근본적인 전형들은 대개 민족, 국민, 국가, 국민국가와 같은 국민적 어휘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국민적 전형들을 활용하여 일상생활의 실재를 구성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일상생활의 실재를 같이 만들고 유지해가는 사람 역시 똑같은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의 지구화 시대 상황이 사뭇 다르다. 국민적 전형들을 활용하여 일상생활의 실재를 구성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전형들을 공유하지 않는 이방인들 때문에 그 과정이 삐걱거린다. 물리적으로는 한국 영토 안에 있지만, 복합적으로 연계된 이방인들이 국민적 전형들 이외의 다른 전형들을 활발하게 활용하여 새로운 탈영토화된 실재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이러한 의미화 실천은 이방인과 토박이의 이분법을 해체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구화시대에 한국사회에서 존재하는 이방인들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국민의 시선을 섹슈얼리티, 노동, 탈영토화라는 주제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제I부 <섹슈얼리티>에서는 국민 재생산을 위해 수입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에스닉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논의를 살핀다. 1장은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정부의 다문화주의정책의 핵심이 이주여성의 ‘섹슈얼리티의 에스닉화’라는 점을 밝힌다. 2장은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영웅, 피해자, 성 상품으로 표상하는 일부 경향을 비판하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문화사회학적 접근방법을 제시한다. 3장은 이주여성의 행위에 대한 도구적․제도적․물질적 설명에 대한 비판과 보완으로, 스위들러의 행위전략론을 이론적 자원으로 삼아 두 베트남 이주여성 은혜와 홍로안의 행위를 문화사회학적으로 설명한다. 


 


제2부 <노동>은 3-D 업종의 일을 전담하도록 수입된 이주노동자의 에스닉 노동을 둘러싼 논의를 살핀다. 4장은 이주의 지구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민이 이주노동자를 모든 공포의 기표로 활용하여 불안을 극복하고자 시도하고 있음을 밝힌다. 현재 우리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는 민족주의 담론에 의해 억압되었던 신분제가 지구적 형태를 띠고 되돌아오고 있다. 5장은 이주노동자의 사용이라는 기존의 경제적 관점 대신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실존적 조건에 특별한 관심을 두는 문화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이방인과 국민의 이념형을 구성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절대적 법적 이방인으로 정의한다. 6장은 네팔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마이너리를 절대적 법적 이방인의 한 예로 제시하고, 그의 의미화 실천이 국민국가 프레임 안에서 상상되었던 사회적인 것에 어떤 도전을 던지는지 살펴본다. 


 


제3부 <탈영토화>는 공공장소의 탈영토화에 대해 논의한다. 7장은 탈영토화된 공공장소인 안산 다문화거리를 에스닉 관광을 하는 이동하는 관광객의 시선으로 실행한 문화기술지이다. 탈영토화된 공공장소에서 이주민과 한국인 사이의 대면적 상호작용의 핵심은 에스니시티 전시이고, 이는 위계화된 국적 행하기로 쉽게 전화된다. 8장은 7장에서 논의한 안산에 대한 문화기술지를 자아문화기술지의 관점에서 성찰한다. 이러한 자아문화기술지 장르를 따라 저자는 연구 중에 겪었던 개인적인 체험을 사사화하지 않고 한국의 일상문화와 한국사회학의 연구문화와 연결시켜 성찰한다. 9장은 최근 다문화 특화거리를 만들고 있는 대구 북부정류장을 예로 들어 초국적 이주를 통해 동질적인 국민적 사회공간이 탈영토화되고 있다는 주장의 적실성을 따져본다. 


 


국민국가를 넘어서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자 토착민이요, 또는 둘 다 아니다. 이방인이나 토박이나 현상학적으로 잠재적 방랑자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비국민과 국민의 경계가 강고하다. 아니 더욱 강고해지고 있다. 탈영토화된 국민국가가 영토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에 대한 통치를 더욱 강화하는 재영토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상학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의 분리는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고, 그럴수록 국민적 일상생활의 실재는 더욱 극심한 의심에 노출된다. 안정적인 일상생활의 실재를 구성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는 반길 일이다. 근대 국민국가 형성과 함께 국민적 지평 안에만 갇혀 있던 한국국민의 일상생활의 실재가 드디어 균열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국가 성장을 나의 성장으로 알고 줄기차게 달려온 한국국민이 순간이나마 아이러니스트로 변환되고 있다.


아이러니스트는 어떤 사람인가? 자기 밖의 거대한 힘에 기대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노예적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 새로운 어휘를 창출하고자 시도하는 미학적 존재다. 현재 한국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어휘는 ‘도덕적 개인주의’이다. 세상이 아무리 세속화되었다 해도 성스러움 없이 인간의 사회적 삶은 지속될 수 없다. 성스러운 것은 신도, 국가도 아닌 나의 자아이다. 따라서 나의 성스러운 자아에 끊임없이 예배를 드려야 한다. 더 나아가 남이 나의 자아의 성스러움에 존중을 표하기를 요구해야 한다.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자아가 성스럽다면 남의 자아도 성스럽다. 나의 자아에 예배하듯 남의 자아에도 존중의례를 행해야 한다. 상대방도 그렇게 해야 한다. 호혜성! 그것이 사회성의 핵심이다. 한국인이 서로를 성스러운 자아를 지닌 사람으로 바라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근대성은 그런 점에서 축복이다. 하지만 근대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한국사회에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고 일회용 소모품이나 하인, 심지어는 동물로 대우하는 조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사태를 종결시킬 때가 왔다. 그 첫걸음은 이방인을 빌어 우리 모두 잠시나마 아이러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국민적 어휘 이외의 새로운 어휘를 스스로 창출하기 위해! 


 


새로 시도된 사회학의 서사적 글쓰기


무엇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존의 사회학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에스닉 관광’이라는 관찰방법과 ‘자아문화기술지’라는 사회학적 글쓰기다. 저자는 ‘에스닉 관광’이라는 연구자인 동시에 관광객이라는 두 가지의 시선을 통해 탈영토화된 공공장소인 안산다문화거리를 관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객관적 실재를 충실하게 반영한 학문적 글쓰기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아문화기술지라는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였다. 자아문화기술지란 연구자가 무계획적이고 표피적 앎을 추구하는 관광객의 ‘얕은 태도’와 진정성을 추구하는 지식인의 태도를 결합한 서사적 글쓰기 방식이다. 저자는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연구자인 자신을 성찰하고, 사회적인 구속과 규정성에서 벗어난 실존적 진정성을 찾는 작업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본문발췌>


 


네팔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마이너리는 민족, 국민, 국가, 국민국가와 같은 최종적 어휘 없이도 잘만 살아간다. 지구적 엘리트들은 애초부터 그러한 근본 범주 없이 잘 살아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절대적 법적 이방인도 국가도 민족도 필요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마이너리에게 사람은 추상적 국민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 속에서 대면적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구체적 존재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이방인을 보고 모두가 스쳐지나갈 때 홀로 들쳐 엎고 도와준 사마리아인처럼, 마이너리는 극한의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보다 더 극한의 상황에 있는 절대적 법적 이방인을 돕는다. 바로 이러한 행위가 나를 비롯한 한국인에게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최종적 어휘인 민족, 국민, 국가, 국민국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최종적 어휘는 100여년 이상 근대 한국인들을 그렇게나 매혹시켰던 새로운 메타포였지만, 이제는 너무나 많이 사용해서 더 이상 의미의 혁신을 낳지 못한다. 서구에서 처음 들어올 때는 희망을 주는 복음(福音)이었지만, 이제는 고통을 안기는 악음(惡音)이 되어버렸다. 마이너리가 한국 영토 안에 살아가야 할 가치가 있다면 절대적 법적 이방인으로서의 유용성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모두’를 잠시나마 이러한 아이러니스트로 변모시킨다는 점!


 


-본문 중에서


 


 


<목     차>


 


 


머리말


감사의 말


 


제Ⅰ부 에스닉 섹슈얼리티


1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다문화주의정책: 탈영토화된 국민 재생산 프로젝트 


2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접근: 방법론적·윤리적 논의를 중심으로 


3 두 베트남 이주여성의 행위전략: 은혜와 홍로안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 


 


제Ⅱ부 에스닉 노동


4 국민과 이주노동자: 동일성의 불안과 차이의 공포 


5 절대적 법적 이방인으로서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방인과 국민의 이념형 구성 


6 한 절대적 법적 이방인의 의미화 실천: 네팔 미등록 이주노동자 마이너리의 이주 이야기 


 


제Ⅲ부 탈영토화


7 탈영토화된 공공장소에서 에스니시티 전시하기: 안산에 대한 관광객의 문화기술지적 단상들 


8 관광객, 이방인, 문화기술지자: 한 에스닉 관광 문화기술지에 대한 자아문화기술지 


9 탈영토화, 에스닉 집적지 그리고 초국적 이방인: 대구 북부정류장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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